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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NH농협 2015-2016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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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은 2011년 배구단을 창단한 이후 줄곧 정상을 달려왔다. 2012~2013년 통합우승을 거뒀고 2014~2015년에도 정상에 오르는 등 매년 챔피언결정전 단골이었다.

2015~2016시즌을 앞두고도 IBK기업은행은 공공의 적으로 불릴 정도로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여자부 감독들은 만장일치로 기업은행을 우승 0순위로 꼽았다. 공격수 박정아와 김희진, 세터 김사니, 리베로 남지연 등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는 최고의 국내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미 2차례 우승으로 경험마저 풍부하다. 여자부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은 IBK기업은행에게 호재였다.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하향 평준화되면서 국내 선수들의 역할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은 트라이아웃에서도 행운이 따랐다. 전년도 우승팀인 까닭에 가장 불리했지만 구슬 추첨에서 5순위로 한 계단 올라섰고, 리즈 맥마혼이라는 잠재력 있는 선수를 잡을 수 있었다.

기업은행은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시즌 초반에는 예열이 필요했다. 이정철 감독을 비롯해 김희진 박정아 남지연 등 주전들이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느라 조직력을 다지지 못한 탓이다. 홈에서 벌어진 GS칼텍스와의 개막전에서 0-3으로 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다음 경기인 흥국생명과의 경기를 3-0으로 승리하며 분위기를 돌렸지만 기업은행은 1라운드에서 우승 후보다운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1라운드에서 2승3패를 기록하며 승리보다 패배가 많았다. 조직력에서는 허점이 보이면서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외국인선수 맥마혼은 팀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돌았다.

이정철 감독은 맥마혼을 다독이고 박정아와 김희진에게는 책임감을 강조했다. 2라운드 들어 점차 안정을 찾은 기업은행은 GS칼텍스에 설욕했으나 도로공사와 현대건설에 또다시 패해 3승2패를 기록했다. 3라운드에서는 4승1패, 4라운드에서 5승으로 갈수록 위력을 더했다. 1월18일 열린 4라운드 마지막 경기는 3라운드까지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현대건설과의 경기였다. 기업은행은 이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3-0으로 완파하고 14승4패로 여자부 1위로 올라섰다.

이 가운데 맥마혼의 성장은 눈부셨다. 맥마혼은 키 198cm로 외국인선수 중 가장 컸지만 몸이 느리고 수비도 형편 없었다. 맥마혼의 1라운드 성적은 18세트에 출전해 129득점, 공격성공률 39.86%이었다. 실책도 21개를 범했다. 반면 4라운드에서는 16세트에서 143득점을 올렸고 공격성공률도 45.45%에 이르렀다. 엄청난 훈련 속에 기교를 배우면서 6개 구단 중 가장 공격 점유율이 높은 외국인선수로 거듭났다. 맥마혼은 2015~2016시즌 공격성공률 과 후위공격, 퀵오픈에서 1위를 차지했고 서브 2위, 득점 3위 등 공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정규리그 여자부 최우수선수상은 그의 몫이었다.

파죽지세로 질주하던 IBK기업은행은 뜻밖의 악재가 잇따라 중첩되며 우승 가도에 큰 위기를 맞게 된다. 1월30일 라이트 공격수 김희진이 5라운드 GS칼텍스전에서 수술이 불가피할 만큼 큰 부상을 당했다. 이소영의 스파이크를 막다 오른쪽 네번째 손가락이 골절됐다. 기업은행은 김희진의 공백 속에 2월7일 현대전을 승리했으나 2월9일 한국도로공사에 1-3으로 패했고, 6라운드 들어서도 흥국생명과 도로공사에 잇따라 져 3연패에 빠졌다. 3연패보다 더 큰 악재는 맥마혼의 부상이었다. 맥마혼은 2월25일 도로공사 전에서 블로킹 도중 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큰 위기였다.

하지만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2월27일 IBK기업은행은 맥마혼과 김희진이 모두 빠진 채 2위 현대건설과의 맞대결에서 3-2로 승리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박정아의 분전 속에서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승부사인 이정철 감독조차 눈물을 흘렸다.

기업은행은 3월17일부터 현대건설과 챔프전을 벌였지만 더 이상의 기적은 없었다. 현대건설이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한 반면 기업은행은 맥마혼이 공백을 메울 수 없었다. 맥마혼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다. 김희진은 부상에서 돌아왔으나 자신감을 잃었다. 공격점유율이 거의 70%에 육박했던 맥마혼과 김희진의 공백은 그리 쉽게 메워질 수 없었다. IBK기업은행은 현대건설을 상대로 3경기 동안 단 1세트도 따내지 못한 채 0-3으로 완패했다.

IBK기업은행은 시즌 전 강력한 우승 후보였고 정규리그에서도 가장 탄탄한 전력을 선보였지만, 주전 선수들의 줄 부상이라는 막판 불운이 모든 것을 앗아갔다. 챔프전에서 뚜렷한 반전 기회도 잡지 못한 채 현대건설 우승의 들러리가 됐다. 그러나 우승팀 시상식에 함께 자리를 지키면서 가장 빛나는 들러리가 됐다.

이찬영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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