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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NH농협 2016-2017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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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알토스는 최근 몇 년 동안 늘 우승후보였다. 2016~2017시즌을 앞두고도 다른 5개 팀이 모두 IBK기업은행을 우승후보로 꼽을 만큼 경계 1호 대상이었다. IBK기업은행은 베테랑 세터 김사니를 중심으로 박정아. 김희진이 포진해 있고, 국가대표 리베로 남지연이 안정적인 수비로 뒤를 받쳤다. 여기에 정규리그 전초전 성격으로 열린 KOVO컵에서 는 새로 뽑은 외국인선수 매디슨 리쉘이 파워 넘치는 스파이크를 선보이며 4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우승 경험과 선수 구성 등 모든 면에서 우승 가능성 1순위일 수밖에 없었다.

이정철 감독도 2015~2016시즌에 정규리그 1위를 하고도 준우승에 머문 아쉬움을 토로하며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정철 감독을 비롯해 주전 3명이 리우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됐던 IBK기업은행은 내부적으로 불안 요인을 안고 있었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 문제와 감독의 부재로 인한 팀 훈련의 부족 등이 그것이었다. 리우올림픽 성적 부진에 따른 논란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IBK기업은행은 1라운드를 채 마치기도 전에 세터 김사니의 부상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118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종아리 근육 파열이라는 부상을 당하면서 김사니가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듯이 주전세터의 부상은 팀 성적 부진으로 연결됐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김사니를 보조하기 위해 그해 6월 한국도로공사와 22 트레이드를 통해 백업세터 이고은을 데려온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또 박정아, 김희진, 남지연 등 주전들이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뒤 KOVO컵에 이어 정규시즌까지 연달아 치르면서 쌓여왔던 피로가 임계치에 달했다. 백업선수가 부족한 IBK기업은행은 김사니의 공백과 주전들의 피로 누적으로 3라운드 들어 14패로 곤두박질쳤다.

플레이오프 진출마저 불투명했던 IBK기업은행의 회생은 세터 이고은의 발견에서부터 시작됐다. 뒤늦게 팀에 합류해 다른 선수들과 충분히 손발을 맞춰보지 못했던 이고은은 경기를 치르면서 차츰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갔다. 외국인선수 매디슨 리쉘도 기대 이상의 기량을 보여줬다. 레프트인 리쉘은 184 외국인선수치고는 작지만 발이 빠르고 수비능력이 높다. 공격력에서는 전년도 외국인선수였던 리즈 맥마혼(198)에 대비되지만 리쉘이 합류하면서 팀은 전체적으로 더 안정되고 빨라졌다. 기업은행은 4라운드를 32패로 마친 뒤 5라운드 들어서는 5전 전승을 거뒀다.

IBK기업은행은 흥국생명에 이어 정규리그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창단 6년 만에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IBK기업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예상대로 KGC인삼공사를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으나 체력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KGC인삼공사의 분전으로 3경기 13세트를 치르면서 휴식일을 확보하지 못한 채 챔피언결정전에 돌입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챔피언결정전까지 하루 걸러 하루 경기를 치르는 지옥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흥국생명과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고, 2차전에서도 1세트를 16-25로 힘없이 지면서 패색이 짙었다.

이정철 감독은 당시 선수들에게 버티라고 주문했다. 고비를 넘기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믿었다고 했다. 고비였던 2세트를 힘겨운 공방전 끝에 34-32로 역전하면서 IBK기업은행 선수들의 투지와 우승 경험이 힘을 발휘했다. 2차전 2세트가 사실상 여자부 챔프전의 승부처였다고 볼 수 있다. 2차전을 3-1로 승리한 IBK기업은행은 3, 4차전마저 내리 승리해 통산 3번째 챔피언에 등극했다. 2011년 막내 팀으로 창단해 6년 동안 통합우승 1, 정규리그 우승 3,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등을 일궈냈다.

외국인선수 리쉘의 활약도 돋보였다. 리쉘은 2차전에서 33득점을 올린 데 이어 풀세트 접전이 벌어진 3차전에서는 공격점유율 47.06%를 기록하며 무려 42득점을 올렸다. 4차전 역시 46.5%의 공격점유율로 36득점을 올리는 등 정규시즌 때보다 강한 인상을 남겼다.

남지연은 어렵게 올라왔는데 어떻하든 잘 올라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떡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왔으니까 지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한 거 같다IBK기업은행만의 팀 분위기를 전했다. 이정철 감독은 선수들 모두 체력적으로심리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잘 견뎌줘서 고맙다 말했다. 그 어느 시즌보다 힘든 챔피언결정전이었지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서로에 대한 믿음이 IBK기업은행의 진정한 우승비결이었다.

IBK기업은행은 2017~2018시즌에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우승을 함께 해왔던 김사니와 박정아가 이탈했다. 세터 김사니가 은퇴했고, 주포 박정아는 한국도로공사행을 선택했다.

IBK기업은행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흥국생명 주전센터 김수지와 현대건설 주전세터 염혜선을 영입해 공백을 메웠다.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던 김희진을 라이트에 고정하고, 센터 김수지를 새로운 파트너로 삼아, 외국인선수 리쉘과 함께 새로운 공격진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대어급 자유계약선수를 잇따라 영입해 전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수년간 김희진, 박정아로 대표되던 삼각편대는 사라졌다. 막내 구단으로 출발해 첫 FA 선수를 배출한 IBK기업은행에게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이찬영 기자(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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