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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NH농협 2015-2016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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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 감독 체제로 맞이한 두 번째 시즌은 성공적인 결과를 내며 마무리됐다. 흥국생명은 2015~2016 시즌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는 지난 2010~2011시즌 3위를 차지한 이후 5시즌 만이었다. 흥국생명이 보낸 한 시즌의 풍랑을 차분히 곱씹어보면 3위 성적은 결코 행운이 아니었다. 오히려 흥국생명 입장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만했던 결과였다.

흥국생명은 시즌 초부터 악재에 시달렸다. 주전 세터인 조송화는 무릎부상으로 인해 시즌 개막경기부터 출전하지 못했다. 수련선수로 시작해 프로 2년차가 된 김도희 세터가 선발로 경기에 나섰고, 그보다 스물다섯 살이 많은 이수정 코치가 뒤를 받치며 초반의 위기를 헤쳐 나갔다. 세터가 팀의 전술운용에 절대적일만큼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시즌은 시작부터 핸디캡을 안고 있었던 셈이었다.

1라운드 4차전부터 조송화가 코트에 복귀했지만 악재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팀 공격의 ‘원투펀치’를 맡았던 이재영과 외국인 공격수 테일러 심슨이 연달아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재영은 지난해 12월 KGC인삼공사와 경기도중 발목부상으로 쓰러졌다. 4연승을 달리던 팀 성적은 이내 2연패로 기세가 꺾였다. 이재영이 돌아오자 이번에는 테일러가 발목을 다쳐 전력에서 이탈했다. 3라운드는 3연패로 마무리됐다. 정상적인 전력이 가동된 4라운드에서는 4승1패로 호성적을 거두며 3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세터를 시작으로 양 날개 공격수가 줄줄이 이탈하는 와중에도 순위가 하위권으로 내려앉지 않고 버텨낸 것이 주효했다. 진작부터 안정적인 선수구성으로 경기했더라면 더 높은 곳에서 순위경쟁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4라운드의 상승세도 5라운드에 찾아온 또 한번의 악재에 막혀 멈춰버렸다. 테일러가 족저근막염으로 5라운드 중반부터 출전하지 못하면서 4연패의 부진에 빠졌다. 5라운드 성적은 1승4패로 극히 저조했고, 순위 경쟁이 가장 치열한 6라운드 시작을 앞두고 부상중인 테일러를 대신해 급히 외국인 선수를 알렉시스 올가드로 교체하는 모험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 가운데 계약이 가능한 선수 안에서만 교체가 가능했던 만큼 알렉시스의 실력이 테일러보다 낫다고 볼 수 없었다. 게다가 한국배구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흥국생명의 6라운드는 사실상 외국인 선수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최대 위기였다. 2월 24일 치른 4위 GS칼텍스와 경기가 분수령이었다. 승점 2차로 쫓기고 있던 흥국생명은 이재영의 활약에 정시영과 김수지의 지원사격이 더해지면서 3-1로 승리해 3위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이어진 한국도로공사와 원정경기, 현대건설과 홈경기를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목표로 삼았던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플레이오프 진출로 5년 만에 맞이한 ‘봄배구’는 화려하게 폈다 빠르게 져버리는 벚꽃처럼 짧은 기쁨만 남긴 채 끝났다. 현대건설을 상대로 이재영에 의존한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흥국생명은 1, 2차전에서 1개 세트씩을 따내는데 그치며 2연패하고 말았다. 사실상 팀 전력에 큰 힘을 보태기 어려웠던 알렉시스의 활약이 아쉬웠고, 그만큼 부상으로 떠난 테일러가 그리워지는 결과였다.

위기를 맞이하고 이를 넘어서는 과정에서 흥국생명이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할 숙제들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득점(2609점, 2위)과 속공(성공률 44.48%, 2위) 이동공격(성공률 50%, 2위) 서브(세트당 평균 1.158점, 2위)등에서는 좋은 성과를 냈지만 블로킹에서는 6개팀 가운데 최하위로 뚜렷한 약점을 드러냈다. 시간차나 후위공격, 오픈공격 등 이른바 ‘큰 공격’의 성공률이 낮아 상대를 힘으로 압도하고 분위기를 틀어쥐는 힘이 부족했다. 이런 약점은 지난 시즌 가장 많은 12번의 풀세트 경기를 치른 것으로 드러났다. 블로킹의 약점을 수비로 메워야했던 탓에 디그 정확도는 높은 편이지만 서브 리셉션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도 해결해야할 부분이다.

지난 2014~2015 시즌이 가능성을 목격한 시간이었다면 2015~2016 시즌은 흥국생명의 저력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흥국생명은 2016년을 기준으로 이수정 플레잉 코치를 제외한 선수단의 평균연령이 22.4세에 불과할 만큼 매우 어린 팀이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팀의 모든 선수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며 파도를 넘어서는 관리능력을 보여줬다. 부임 후 두 번째 시즌을 치른 박미희 감독의 용병술과 리더십이 위기를 넘어선 중요한 이유다. 여기에 선수들 스스로 끈끈하게 뭉치는 응집력을 발휘한 것이 고무적이었다. 박 감독 부임 후 첫 도전이었던 지난 2014~2015시즌 15승15패로 ‘반타작’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 시즌 18승12패로 시즌 전체 경기의 60%를 승리로 장식한 결과가 흥국생명의 달라진 모습을 대변해줬다. 불과 프로 2년차인 이재영은 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했고, 많은 빛을 보지 못했던 신연경 공윤희 등도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어리다’는 흥국생명의 특징은 경험이나 실력이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제한요소가 아니라 나날이 더 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잠재력으로 바뀌었다.

이정수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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