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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NH농협 2016-2017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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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당당히 우승을 천명했던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자신감은 개막 3연승으로 이어졌고, IBK기업은행과 시즌 내내 선두권을 형성했다. 후반기 들어 주축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지만 기어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 9년 만에 리그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평균 연령 23세에 불과했던 어린 선수단은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 번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통합 우승의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부임 3시즌 만에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놓은 박미희 감독도 아쉬움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미완에 그친, 절반의 성공이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출발이었다. 인삼공사, 현대건설, 도로공사를 차례대로 꺾고 개막 3연승. 3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개의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 그 자체였다. 196cm의 큰 신장을 자랑하는 새 외국인 공격수 타비 러브와 프로 3년차로 한층 성숙해진 이재영의 쌍포가 위력적이었다.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각각 4연승에 성공한 흥국생명은 기업은행과 2강 체제를 구축했다. 탄탄한 팀 전력이 돋보였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도 빼놓을 수 없다. 주전 세터 조송화가 건강한 모습으로 경기를 진두지휘했고, 레프트 신연경과 리베로 한지현이 팀의 공수를 훌륭하게 메웠다. 김수지, 김나희의 강력한 센터진까지 물 흐를 틈이 없었다.

 

위기도 있었다. 전반기 종료 직전, 팀의 간판이 거푸 쓰러졌다. 조송화가 4라운드 기업은행전을 앞두고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이탈했다. 이어진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는 이재영이 착지 과정에서 발목을 삐끗해 경기를 포기했다. 팀 주포의 부상에 체육관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몇 경기 결장이 예상됐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강했다. 조송화가 빠진 2위 기업은행전에서 백업 세터 김재영의 활약으로 승점차를 더욱 벌릴 수 있었다. 특히 러브와의 호흡이 만족스러웠다. 이재영이 빠진 경기에서도 흥국생명은 승리를 거둬, 이 없으면 잇몸으로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을 자랑했다. 전반기를 마친 가운데 흥국생명은 승점 43(155)으로 2위 기업은행(승점36·119)을 승점 7점차로 따돌리고 선두를 굳게 지켰다.

 

일주일간의 올스타 휴식기. 희소식이 전해졌다. 올스타전을 불참하고 재활에 전념한 이재영이 부상에서 빠르게 회복했다.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었지만 5라운드 1차전부터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인삼공사를 상대로 팀 내 최다인 21득점을 올려 간판 선수다운 활약을 펼쳤다. 또 다른 백업 세터 김도희와 궁합이 괜찮았다. 조송화가 돌아오면서 다시 예전 전력을 꾸릴 수 있었다. 흥국생명은 기복 있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32패로 5라운드를 마쳤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기업은행전 패배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0-3으로 완패해 추격의 불씨를 허용했다. 흥국생명(승점52)은 기업은행(승점51)에 턱 밑까지 쫓겼다. 마지막 라운드를 남겨 놓고 우승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6라운드 첫 경기는 기업은행이었다. 먼저 1세트를 내준 흥국생명은 2, 3세트를 따내 승리에 다가섰다. 하지만 범실이 늘어나면서 풀세트 접전 끝에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흥국생명이 1경기를 덜 치렀지만 나란히 승점53, 동률이었다. 세트득실률에서 앞서 선두를 지켰다. 흥국생명은 느렸지만 우승을 향해 나아갔다. GS칼텍스, 현대건설까지 3경기 연속 풀세트 접전을 펼치며 승점을 쌓았다. 마침내 인삼공사를 3-0으로 꺾고 잔여 1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2007-2008시즌 이후 9년만이자 통산 4번째 리그 우승이었다. 박미희 감독은 4대 프로스포츠 여자 사령탑 최초로 팀 우승을 이끌며 스포츠사에 굵직한 이정표를 남겼다. 이제 남은 일은 하나, 통합 챔피언 등극이었다.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에서 다시 기업은행을 만났다. 리그 전적 33패로 백중세. 5년 연속 챔프전에 진출한 껄끄러운 상대였다. 기업은행이 플레이오프에서 인삼공사를 21패로 꺾고 힘겹게 올라오면서 체력적인 면에서 흥국생명이 앞섰다. 지난 시즌 봄배구를 경험했기에 경험 부족도 완화될 것으로 봤다. 1차전부터 엎치락뒤치락했다. 흥국생명이 1, 3세트를, 기업은행은 2, 4세트를 가져갔다. 집중력이 앞섰던 흥국생명이 이재영의 매치포인트로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2차전도 흥국생명의 분위기였다. 김수지의 3연속 서브 에이스로 1세트를 따냈다. 2연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2세트 20-12에서 리시브 불안과 범실이 쏟아지면서 듀스 끝에 세트를 내줬고, 경기마저 내줬다. 전환점이었다. 흥국생명은 3차전과 4차전을 내주고 그렇게 시즌을 마쳤다.

 

최종 성적은 2. 어린 선수들이 끝내 고비를 넘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실패를 맛 봤다.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외국인 공격수 러브는 챔프전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졌다. 기업은행의 노련한 경기 운영을 따르지 못했다. 하지만 리그에서 보여준 흥국생명의 저력은 매서웠다. 기복이 심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꾸준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1라운드 2연패를 제외하고 2라운드부터 연패가 없었다. 박미희 감독과 베테랑 김수지를 중심으로 끈끈한 조직력을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흥국생명은 걸출한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수비 지표가 더욱 빛나는 팀이었다. 약점으로 지목된 리시브나 디그에서 새 얼굴들의 등장이 반가웠다. 이재영은 프로 입단 3년 만에 별 중의 별,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박상준 기자(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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