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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NH농협 2016-2017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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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공사에 2016-2017 시즌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그친 팀이라고 믿기 힘든 페이스를 보여줬다. 2014-2015 시즌 8, 2015-2016 시즌 7승 밖에 거두지 못한 팀이 무려 15승이나 했다. 정규리그 3위에 올라 포스트시즌에 진출, 3시즌 만에 봄 배구를 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기업은행과 대등한 경기를 펼쳐 마지막까지 강한 인상을 남겼다. 12패로 패해 챔피언결정전 진출엔 실패했지만 2차전을 따내는 등 더 이상 만만한 팀이 아니란 걸 각인시켰다.

 

당초 전망은 어두웠다. ‘꼴찌 후보로 꼽혔다. 전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외국인 선수 교체가 주된 이유였다. 전체 1순위 미들본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팀을 떠나 갑작스럽게 알레나로 교체됐다. 국내 선수들의 이탈도 한몫했다. 백목화와 이연주 등 주축 선수들이 떠나면서 팀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이렇다 할 자유계약선수 영입도 없었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서남원 감독은 변화를 꾀했다. 승부수를 던졌다. 먼저 선수들의 포지션 변경이었다. 세터였던 한수지는 센터, 센터 장영은과 리베로 최수빈을 레프트에 기용했다. 날개 공격수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선수단에 만연해있던 패배 의식도 걷어냈다. 이른바 칭찬 리더십으로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변화는 적중했다. 2016 청주·KOVO컵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흐름은 정규리그로 이어졌다. 선수들은 잠재력을 터트렸다. 신인 지민경은 배짱 있는 플레이를 보여줬고, 대체 외국인선수 알레나는 승부사 역할을 해냈다. 미국 오리건대학 시절 미스 오리건에 뽑히고, 미스 USA 대회 포토제닉상을 수상한 알레나는 신장 190cm의 높은 타점을 활용해 시즌 득점 1(854)에 오르는 등 맹활약했다. 특히 후위 공격(1)이 압권이었다.

 

끈끈한 조직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중심엔 베테랑 리베로이자 주장인 김해란이 있었다. 김해란의 존재는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몸을 날려 걷어내는 헌신적인 수비로 팀에 사기를 끌어올렸다. 상대팀에겐 부담을 안겼고, 덩달아 블로킹도 좋아졌다.

 

팀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좋아졌다. 지긋지긋하게 수비만 하는 팀에서 탈피했다. 세터 이재은은 "선수들이 과거와 달리 이제는 서로 때리려고 공을 달라고 한다고 했다. 서남원 감독이 "연타나 페인트 공격 등을 금지하고, 과감하게 때리라고 주문했다고 강조한 게 코트에서 오롯이 나타났다. 어느 팀과 대결해도 기죽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거침이 없었다.

 

1라운드는 적응기였다. 도로공사에 승리를 거뒀을 뿐, 나머지 경기에 모두 패하며 최하위로 처졌다. 2라운드부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서브와 블로킹에서 강세를 보이며 41패를 했다. ‘이기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한 시점이다. 3라운드에서는 기업은행에 무려 657일 만에 승리를 거두는 기쁨을 맛봤다. 4라운드에서 또 다시 41패를 거두며 4위를 유지, 조심스럽게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5라운드는 아슬아슬했다. 장영은과 최수빈이 부상하며 선수 로테이션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진희와 지민경이 레프트에서 버텨줬지만 여의치 않았고 결국 중요한 시점에서 14패로 부진해 4위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때마침 3위 현대건설도 동반 부진해 마지막 6라운드에서 역전을 노릴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운명의 6라운드에서 무서운 뒷심을 발휘,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을 제치고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내는 경사를 맞았다.

플레이오프는 시즌 하이라이트였다. 서 감독은 우리에겐 보너스게임이라며 마음을 비우고 후회 없이 싸울 것을 다짐했다. 기업은행에 1차전은 내줬지만 2차전은 달랐다. 특유의 조직력에 알레나의 공격이 불을 뿜었다. 단기전 승리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었다. 알레나는 55득점을 기록, 여자배구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2차전을 승리했다. 3차전에서는 접전 끝에 패해 스스로도 벅찬 시즌을 마무리했다.

 

상대적으로 엷은 선수층으로 일궈낸 성과였다. 서 감독의 명확한 동기 부여, 뚜렷한 원칙 하에 이뤄지는 주전 경쟁, 막고 때리는 확실한 득점원 개발 등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한번 자신감이 붙은 선수들에게 두려울 것은 없었다.

 

놀라웠던 한 시즌을 치르면서 숙제도 얻었다. 장기 레이스를 위해선 두터운 선수층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좀 더 다양한 전술 개발 또한 필요하다. 시즌 종료와 함께 팀을 떠난 김해란을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도 중요하다. 수비 강화가 필요하단 의미다

국영호 기자(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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