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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NH농협 2016-2017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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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6시즌 현대건설의 포스트시즌은 완벽했다. 정규리그에서 열세를 보였던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을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완파하며 환상적인 봄 축제를 즐겼다. 너무나 완벽했던 포스트시즌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일까. 우승멤버들이 그대로 뭉쳐 나선 2016~2017시즌 현대건설은 이전 시즌들에서 팀이 해왔던 과오를 그대로 반복했다.

시즌 초반 들쑥날쑥한 경기력이 이어지면서 1라운드에서 32패에 그치는 등 출발은 삐걱거렸다. 하지만, 이내 전열을 정비해 빠르게 상위권으로 치고 나갔다. 2라운드 막바지부터 이어진 6연승은 2016~2017시즌 현대건설 배구단이 연출한 가장 영광스러운 장면. 팀의 대들보인 센터 양효진부터 외국인 선수 에밀리 하통까지 선수단 대부분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뤄낸 결실이다. 온갖 악재를 딛고 3라운드 종료시점까지 현대건설이 따낸 승점은 무려 29. 이 기세대로라면 승점 56으로 정규리그 2위를 기록한 후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차지했던 전 시즌 성과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후반기 세 개 라운드에서 거짓말처럼 추락했다. 2014~2015시즌, 2015~2016시즌에도 현대건설은 후반기에 유독 약한 면모를 보였다. 다만, 이번에는 하락세가 너무 가팔랐다. 2016~2017시즌 현대건설의 후반기 성적은 411패로 이 기간 동안 얻은 승점은 12에 불과하다.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의 명운을 걸고 맞선 6라운드 GS칼텍스 전에서 1-3으로 패하며 허무하게 시즌을 접고 만다. 2015~2016시즌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 또 한 번의 반전을 노렸지만 이번에는 기회조차 없었다.

◆ 실패한 스피드배구, 실종된 공격력

양철호 감독은 2016~2017시즌을 앞두고 팀 공격스타일에 변화를 시도했다. ‘스피드배구를 도입을 선언했던 것. 전 시즌 성공했던 토털배구에 스피드를 가미해 팀 공격력을 한층 배가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구성원 변동없이 시도한 팀 스타일 변화는 오히려 역효과만 불렀다. 기존 약점은 그대로인 채 원래 가진 무기의 위력만 반감됐다.

특히 공격의 핵심 양효진의 부진이 치명타였다. 2016~2017시즌 양효진의 공격 득점은 282점으로 전 시즌 정규리그 358득점보다 20% 이상 줄었다. 8시즌 연속 블로킹 1위를 달성하는 등 여전히 철벽의 면모를 이어갔지만 개인시간차를 기반으로 한 특유의 공격력이 실종됐다. 시즌 내내 자신을 괴롭힌 어깨부상을 끝내 떨쳐버리지 못한 탓이다.

중앙공격의 부진은 양 날개 공격의 효율성 저하로 직결됐다. 한유미, 황연주 등 노장들이 분전을 이어갔지만 상대 견제가 심해지며 승부처에서의 위력이 반감됐다. 필요한 순간 필요한 한방을 얻어내지 못하며 접전에서 아쉽게 세트를 내주는 경기가 속출했다. 결국, 시즌이 지날수록 에밀리에 공격을 의존하는 경기가 늘었다. 문제는 에밀리가 공격뿐 아니라 팀의 리시브까지 책임지는 선수라는 것. 이는 에밀리의 과부하로 이어졌고 시즌 후반 팀 리시브가 붕괴하는 단초가 됐다.

팀 공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유일하게 힘을 냈던 부분은 블로킹이다. 양효진과 김세영이 버티는 센터진은 블로킹에서만큼은 여전히 리그 최강의 면모를 보였다. 양효진이 세트당 평균 0.84, 김세영이 0.74개를 기록하는 등 타 팀 미들블로커 진용을 압도했다. 팀 전체 블로킹도 2122개로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2000개를 돌파했다.

독이 된 투 세터 운영

시즌 내내 이어진 세터 포지션에서의 방황은 공격에서의 부진을 부채질했다. 현대건설은 2016~2017시즌을 나서며 국가대표 세터 염혜선과 이다영을 각각 주전과 백업으로 낙점했다. 그러나 염혜선이 주로 주전으로 나섰지만 사실상 염혜선과 이다영이 번갈아 나서는 투 세터체제와 다를 바 없는 운영을 했다. 낮고 빠른 토스를 강점으로 하는 염혜선과 고공 토스가 좋은 장신센터 이다영을 상황에 맞게 조합해 팀 공격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둘의 조합은 시너지보다는 혼란을 불러왔다. 확연히 다른 플레이스타일을 가진 두 세터 사이에서 팀이 방황하면서 강력한 세트플레이를 중심으로 하는 현대건설 특유의 색깔까지 옅어졌다. 결국, 팀은 시즌 막바지가 돼서야 이다영을 주전 세터로 낙점하며 팀의 미래를 맡겼다. 하지만, 미래의 사령관을 정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팀의 현재는 크고 뼈아팠다.

◆ 장기 레이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노쇠한 선수진

결정적으로 현대건설의 발목을 잡은 것이 주전 노쇠화다. 2016~2017시즌 세터를 제외한 현대건설 주전 5인의 평균 연령은 31세에 달한다. ‘엄마센터김세영은 36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강력한 블로킹을 뽐냈고, 35세 노장 한유미도 나이를 잊은 활약으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팀의 주축인 양효진, 황연주도 확연히 떨어진 신체능력을 노련미로 커버했다. 그러나 노련미만으로 긴 정규리그 레이스를 커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4라운드 23, 5라운드 14, 6라운드 14패 등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팀의 하락세가 가팔라진 것도 체력 문제를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노장들을 받쳐줄 젊은 선수들의 활약도 미비했다. 고유민, 박경현, 변명진 등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자를 비롯해 이예림, 박혜미 등 어린 선수들 중 주전들에게 위기감을 줄 정도로 성장세를 보인 선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현대건설은 하반기 이후 이어진 하락세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3년 만에 봄 배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불과 1년 전 우승컵을 들었던 양철호 감독은 시즌 종료 직후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안정된 주전라인업을 바탕으로 최근 몇 년간 V리그에서 꾸준한 강자로 자리매김했던 현대건설에 본격적인 개혁의 시대가 찾아온 셈이다. 이 팀의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한국 여자배구의 대표적 명문팀 중 하나인 현대건설의 변신을 지켜보는 것도 다음 시즌 프로배구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서필웅 기자(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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